"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대체 무슨 계획이 있는 걸까? 궁금했다.
뉴스에서 며칠 떠들어 대기도 했고 주변에서도 재밌었다고 추천해서 보게 됐다.
개봉 당시에는 독일에 있어서 볼 수 없었다.
어벤저스 엔드게임도 오리지널 영어판 하루에 한 번 해주는 Marburg에 살았다.
로다주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곳이다.
https://www.dw.com/de/parasite-holte-wichtigsten-oscar-nach-s%C3%BCd-korea/a-52318825
"Parasite" holte wichtigsten Oscar nach Süd-Korea | DW | 10.02.2020
Damit dürften die wenigsten gerechnet haben: Keiner der vier jeweils über zehn Mal nominierten Top-Favoriten gewann den Haupt-Oscar, sondern "Parasite". Damit gewann erstmals ein nicht-englischsprachiger Film.
www.dw.com
이건 독일 언론(?) 중 하나인 DW에서 가져온 기사다.
간단히 번역 및 편집을 해보면
인기순위에 열 번 이상 오른 네 작품이 아닌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영어로 진행되지 않는 영화로는 처음으로 수상했다.
인기순위에는 샘 멘데스 감독의 전쟁영화 ‘1917‘, 쿠앤틴 타란티노 감독의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원문 오타), 마피아 영화 명감독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The Irishman‘이 있었다. 모두 10번 이상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폭력에 관해 보여준 ‘조커‘는 11번이었다. 이들 중 승자는 나오지 않았다.
'기생충‘은 한국 감독인 봉준호 감독이 처음으로 종합 부문인 ‘각본상‘부문에서 수상했다. ‘기생충‘은 영어로 촬영되지 않았다. 이는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다.
2020년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전통에서 약간 벗어났다. 그리고 비영어권 영화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었다.
출처: Detusche Welle
후반부로 갈수록 아카데미 시상식이 미국 상업 영화만을 위한 것이며, 앞으로도 영어로 된 영화만 줄 거라며
아카데미 시상식 자체를 까내리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독일 영화는 수상하지 못했는데 한국 영화가 수상해서 그러는 걸까? 알 수 없다.
독일 기자의 자격지심(?)을 뒤로하고 어쨌거나 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이렇게 왈가왈부 하나 싶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그럴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면 구성도 좋고 스토리도 좋고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좋다.
불분명하거나 해석의 여지가 남은 부분도 있다.
김기택, 청숙, 기우, 기정이 가난한 집으로 나온다.
박동익, 최연교, 박다혜, 박다송 가족이 부유한 집으로 나온다. 국문광은 이 집 가정부다.
'수직적인 구조'를 보여주는 장면이 많았다.
'냄새'도 중요한 요소였다.
사회 문제를 지적한다기보다는 '사람들의 모습 그 자체'를 더 많이 표현하려고 한 것 같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건지는 열린 결말이다.
'계획'과 '무계획'에서 오는 사람 심리 차이를 생각해볼 수 있다.
'믿음의 벨트', 소개로 연결되는 걸 신뢰한다. 흔히 그러지만 언젠간 들통나기 마련.
흔한 소재인데 단어로 잘 묶어낸 대사였다.
'선'
가난한 사람들의 선은 생명에 직접적인 것들이다. 일자리, 돈, 집, 햇살, 음식
특히 약점에 민감하다.
약점은 부유한 사람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주제가 약간 다르다.
스캔들, 안전, 개인적인 문제 등이다.
부유한 사람들의 선은 안 좋은 기억이나 사건, 취향, 냄새 등이다.
'내가 돈이 많으면... 난 더 착하지!'
부유한 사람들은 둔하고 순진하고 착하게 그려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연기에 능하고 약삭빠르게 나온다.
그래서 기생충처럼 이용해 먹는다.
부유한 사람들은 음식이 사라지는 것도 모르니까.
집 안에 세세한 부분에는 관심이 없다.
기우에게 과외비를 주면서 돈을 슬쩍 빼는 장면도 있는데 나름 부자도 머리는 쓴다.
나도 부자는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일에 치이고 이리저리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그만이니까.
어떻게 해결됐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해결됐나 안됐나가 중요한 사람들로 묘사된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 가난하든 아니든 돈을 지불하고 빨리 해결하고자 한다.
받는 사람 입장에선 '심플'하다. 그래서 받는 사람 시각에선 부자가 '착한' 사람이 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준다.
부자 입장에서도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은 '착한' 사람일 거고, 기쁜 마음으로 돈을 쾌척했을 거다.
돈이 없으면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을 구할 수 없고, 자구책을 마련하다 보니 상황에 따라 '나쁜' 사람이 된다.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방법 또는 계획'에 따라 사람은 달라진다.
누구나 그런 상황에, 그런 인생에 놓일지도 모른다.
'돌'이 크고 멋진 상자에 담겨서 기우 친구가 가져온다.
돌의 의미가 뭘까 생각해봤다.
일단 발음상 돈이랑 비슷하다.
삶을 짓누르는 경우도 있다. 기우가 집이 물에 잠겼어도 돌은 들고 나온다. 그리고 그걸 몸 위에 얹고 잔다.
맨날 노상방뇨하는 사람을 그걸로 치려고 들고나간다. 부자라면 돈으로 해결했겠지?
기우는 '뭔진 모르겠지만 자꾸 끌어당긴다'라고 했다.
돈이 뭔지는 우리는 잘 모른다. 하지만 떼어낼 수 없다. 자본주의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
봉준호 감독이 돌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면, 돈에도 아무 의미도 없을 거다.
정말 아무 의미도 안 담았을 수도 있고, 억지 의미 부여하는 것도 별로지만
'중의적일 수도 있겠다' 싶다.
아무것도 아닌 걸 소중히 다루고 보관하고, 제대로 다룰 수 없는 사람 손에 들어가면 흉기로 변한다.
기우는 괜히 그거 들고 다니다, 그걸로 뭘 어떻게 해보려다가, 결국 그 돌에 맞아 약간 이상해지니까.
'돈 보기를 돌 같이 하라' 일지도 모르겠다.
물리적, 사회적 위치의 매칭, 물건, 냄새, 언어, 음식, 신체 반응 등
오감을 모두 활용해서 만들어낸 영화였다.
잘 요리된 음식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제대로 소화될지는 모르겠다.